
2016. 11. 24. 샘터찬물 편지 - 4 네 번째 편지 "사람의 아름다움" 띄웁니다. "야생초 찾아다니는 사람이 이야기합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조용히 들여다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 속에 우주가 있습니다. 꽃 한 송이의 신비가 그렇거든 사람의 경우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누구나 꽃'입니다. 그 속에 시대가 있고 사회가 있고 기쁨과 아픔이 있습니다." - 《담론》 중에서 - 아침 일찍 트럭을 타고 돼지감자를 수확하러 텃밭에 나왔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에, 밀양 다원마을에 사는 재만이 아저씨는 한창 경운기에 거름을 실으며 겨울채비에 바쁘기만 합니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재만이 아저씨는 평생 학교를 다녀 본 적도, 결혼 한 적도 없이, 지금까지 이 동네 어느 집 머슴살이를 하는 노총각입니다. 이 텃밭에 나온 지 8년 동안 나는 재만이 형님이라 불러왔는데 밭일에 대해 물으면 무엇이든 척척 답해 주시고, 결코 화 내는 모습을 본 적 없습니다. 그는 항상 너털웃음 지으며 우직하게 소처럼 주인집 농사일만 하며 살아가는 농부이고, 밭일하다가 커피 한 잔 나누며 말동무하는 벗입니다. 그의 가슴 속 깊은 아픔을 감히 내가 가늠할 길 없지만 얼굴만은 언제나 봄날 들녁에 핀 작은 풀꽃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사람의 아름다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