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 샘터찬물 편지 - 5 다섯번째 편지 "불꽃"을 띄웁니다.
"나한테 묻는다면 겨울의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불빛이라고 하겠습니다. 천 년도 더 묵은, 검은 침묵을 깨뜨리고 서슬 푸른 불꽃을 펄럭이며 뜨겁게 불타오르는 한겨울의 연탄불은, 추위에 곧은 손을 불러모으고, 주전자의 물을 끓이고, 젖은 양말을 말리고....., 그리고 이따금 겨울 창문을 열게 합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 살얼음 언다는 소설(小雪) 지나고, 큰 눈 내려 일손 놓는다는 대설(大雪)이 머지않습니다. 깊어가는 겨울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춥고 시린 삶이 눈물겹습니다. 이들에겐 겨울의 한복판에서 타오르는 연탄 불빛이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느껴질 겁니다. 검은 침묵을 깨뜨리고 불꽃으로 뜨겁게 타올라 언 몸과 언 마음의 이웃들에게 온기를 불어 넣는 연탄불 같은 사람이 진정 우리 시대의 길이고 힘이 아닐는지요. 이들이야말로 동토(凍土)에서도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언 땅속에 꽃씨를 심고 희망을 추수하는 사람들이지요. 인간의 따스한 가슴과 실천이 배제된 진리 공부는 공염불임을 생각하며 이 겨울 한 장의 연탄불로 활활 타오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따스운 밥을 짓고, 시린 손들을 불러 모아 함께 먹음으로써 끼니진지가 진지(眞智)가 되는 훈훈한 세상을 꿈꾸며 선생님 글을 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