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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6. 11. 17. 샘터찬물 편지 - 32016-11-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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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7. 샘터찬물 편지 - 3

 


세 번째 편지 "잎새보다 가지를" 띄웁니다.

"낙엽을 쓸면 흔히 그 조락(凋落)의 애상에 젖는다고 합니다만, 저는 낙엽이 지고 난 가지마다에
드높은 가지들이 뻗었음을 잊지 않습니다. 아우성처럼 뻗어나간 그 수많은 가지들의 합창 속에서

저는 낙엽이 결코 애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겠습니다.
잎새보다는 가지를, 조락보다는 성장을 보는 눈, 그러한 눈의 명징(明澄)이 귀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에서 -
     
잠시 멈추고 창밖을 봅니다.
나무의 가지들이 들판이나 숲 속의 가지와는 다릅니다.
몸통 언저리까지 잘려나가 온통 VY 모양입니다.
또한, 낙엽은 제 뿌리짬에 거름이 되지 못하고 자루에 눌려 어디론가 실려갑니다.
도심에 사는 나무의 생육을 위한 조치라 하기엔 뿌리내릴 땅의 너름이 군색하고, 보도블록 장벽은 견고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흐르는 시간일 것입니다. 시간은 역사입니다.

선생님은 "사람을 통한 역사의 생환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경우 개인화된 사람이 아니라

역사화되고 사회화된 사람이라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로 역사가 재구성될 때

비로소 역사가 생환합니다." 하셨습니다.
체로금풍(體露金風)의 계절에 역사를 추수하는 일은 깨어있는 시민의 소명일 것입니다.

찬 겨울은 맑은 정서로 저 뭉툭한 가지에도
움틀 자리를 준비하는 어기찬 다짐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