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11. 10. 샘터찬물 편지 - 2 두 번째 편지를 띄우는 이 시간이 매우 무겁습니다. "나는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자리'가 그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70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100의 능력을 요구받는 자리에 앉을 경우 그 부족한 30을 무엇으로 채우겠습니까? 자기 힘으로는 채울 수 없습니다.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되겠지요. 결국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될 수밖에 없습니다. '70%의 자리'가 득위得位의 비결입니다." - 《강의》 중에서 - '득위得位'를 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좌절과 분노가 뒤엉킨 참담한 심경으로 지내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득위'를 하지 못한 것이 명백하고, 그래서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나는 불행한 상황입니다. 이 위기를 수습하겠다 나서는 사람들 또한 '득위'를 한 사람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사색의 계절이 주는 여유로움을 빼앗긴 채 연일 나오는 기막힌 소식에 정치적 법률적 분석에 더하여 심리 분석까지 해야 하는 피곤한 시절이지만, '개인의 팔자가 민족의 팔자에 종속된다'는 엄중한 진리를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