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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샘터찬물 51번째 편지(2017.10.27)/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2017-10-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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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햇볕과 평화의 땅에서 추모비를 마주하는 마음이 당혹스럽다. 더구나 이세종 열사의 추모비는 거기 새겨진 비문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김성숙 선생은 학우였던 이세종의 마음이 되어 이 비문을 만들었다고 했다. 나는 이세종 열사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침 너무나 푸른 가을 하늘이 차라리 슬픔이었다.

 

오늘 추모비 앞에 모인 당시의 학우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30년이 지난 아픔이 한결 가셨을 법도 하건만, 반가운 인사마저 서로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단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면할 수 없었던 세월이었다. 국회의원, 시의원에서부터 교사와 일용직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걸어온 길이 한결같지 않지만, 학창 시설의 우정과 이상이 어떻게 굴절되고 부침하였는지 돌이켜보면 30년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든다.

 

_<변방을 찾아서>중에서

 

아픈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망각과 치유를 하기 마련이지만,

1980.5.18. 광주는 가슴 깊은 곳 아물지 않는 상처입니다.

 

무고한 시민을 향해 헬기와 탱크를 동원해서 무차별 발포하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했던 지난 과거들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진실은 감출 수 없는 생명입니다. 군화 발에 짓밟히고 왜곡되고 날조되었던 그날의 진실이 바로 잡히길 기대합니다.

 

억울하게 스러져갔던 영혼들이 다시 살아나 맑은 하늘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