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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샘터찬물 463번째 편지] 유항산(有恒産) 무항심(無恒心) - 주성춘 2025. 11. 282025-11-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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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찬물 463번째 편지]

 

                     유항산(有恒産) 무항심(無恒心)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언제부터인가 만기 인사를 나누면서

'이제 출소하면 마음잡고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지 말아라.'

라는 상투적인 인사말을 입에 올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잡으라.’라는 말 대신에 ‘자리를 잡으라.’라는 말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자리가 먼저인지 마음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너나없이 마음 붙일 자리가 없는 사람들이고 보면

아무래도 우선 자리 하나가 무엇보다 절실하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한 포기 꽃나무나 마찬가지입니다. 설 땅이 그리운 법입니다.

무항산자 무항심(無恒産者 無恒心),

항산(恒産)이 없이 항심(恒心)이 있을 수 없다는 옛말이 바로 그런 뜻이었습니다.”

 

                                 신영복 기고문 <신동아 1996년 11월호> 권두수필 중에서

 

어느덧 2025년 중간쯤 있었던 대통령 선거가 벌써 기억의 너머로 가는 듯합니다.

어김없이 대통령 선거에 등장하는 핵심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입니다.

때로는 “먹사니즘”, “창조경제”, ”못 살겠다.”라고 불렸다 하더라도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유항산(有恒産) 해결을 위해 나섰다고 합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한다면 <유항산의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사회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떠오르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 중 하나가 “유항산(有恒産) 무항심(無恒心)”입니다.

남은 직장 생활을 생각할 때 유항산의 무게를 크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항심을 떠올려 봅니다.

 

“얼마만큼의 소유가 항산(恒産)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항산이 왜 항심(恒心)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항산이 항심을 지탱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항산을 마련하는 일보다

항심을 지켜주는 문화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역순(逆順)을 밟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위 기고문에서 인용>

 

지난 대선에서 어느 경제학자는 “경제성장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항산이 있음에도 “무항산 무항심”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단지 대선 주자들의 경제공약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항심을 지켜주는 문화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숲 회원 주성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