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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샘터찬물 459번째 편지] 새끼가 무엇인지... 김한식 2025. 10. 31.2025-10-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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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찬물 459번째 편지]

 

                           새끼가 무엇인지...

 

참새집에서 참새 새끼를 내렸습니다.

날새들 하늘에 두고 보자며 한사코 말렸는데도

철창 타고 그 높은 데까지 올라가 기어이 꺼내 왔습니다.

길들여서 데리고 논다는 것입니다.

아직 날지도 못하는 부리가 노란 새끼였습니다.

손아귀 속에 놀란 가슴 할딱이고 있는데 사색이 된 어미 참새가

가로세로 어지럽게 날며 머리 위를 떠나지 못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인지 중에서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 터줏대감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학교 안팎을 주름잡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때로는 둘이, 때론 혼자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모습이 여기가 내 구역이라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비를 맞고 다니는 고양이를 본 자치회 학생 중 몇몇이 교장실을 찾아와

고양이가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목공 시간에 간단한 목 작업을 배운 친구들이라 당장 목공실로 갔습니다.

자투리 목재를 이용해 개집 비슷한 모양을 만들고,

재활용장에서 먹이통과 물통을 구해 금방 그럴듯한 살림집을 만들어 고양이가 잘 다니는,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 집을 설치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매일같이 고양이 집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습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고양이가 집에 들어가 있는지, 먹이는 줄었는지.

물 먹는 걸 봤다는 친구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듯이 자세하게 그 장면을 토해내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맨 마지막 엽서 내용은 참새 새끼를 내려 사동 방으로 데려온 이후의 일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감옥 안에서 심심하고, 외로웠던 사람들은 심심풀이로,

또는 다른 사동 사람들에 의해 참새구이가 될 것을 막기 위해서 날새를 내려 사람들의 터전으로 들였습니다.

참새를 길러보겠다는 마음입니다. 기른다는 건 소유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3사늠들것이 아닌 우리 방 소유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 삶의 터전으로 다른 동물을 끌어들이는 행위입니다.

새의 터전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감방 안으로 바뀌었습니다. 학교 아이들은 처음부터 소유에 관한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고양이가 좀 더 아늑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보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돌봄은 고양이의 생활 방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것이 같이 사는 방법의 출발임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실천해 낸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사람 사이의 일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화동론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존의 전제가 다름에 대한 존중,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름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이 시기에 길고양이에게

작은 쉼터를 제공한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더불어숲 서여회 회원 김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