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샘터찬물 458번째 편지] 지남철 - 조이영 2025. 10. 24.2025-10-24 11:12
작성자

[샘터찬물 458번째 편지]

                         지남철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어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영복의 『담론』(돌베개, 2015) 中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선생님의 책을 펼칩니다.’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더불어숲 소식지 通 41호(2019년) ‘내가 만난 신영복’에 올렸던 제 글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그때를 떠올리며 그간 나는 얼마나 가지 뻗었나, 얼마나 생각의 껍질을 벗었나,

나의 앎이 머리에서 시작해 얼마나 내려갔나 생각하다 보니 아직도 많이 흔들리고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었는가? 그런 어른이 되었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없음에 고개 숙이게 됩니다.

 

하지만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고 합니다.

떨리는 마음이 있다면 나는, 살아 있는 지남철입니다.

 

지남철은 현재의 속도나 남은 거리가 아니라 방향을 알려줍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느리게 가도, 아무리 멀어도 언젠가 도착합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나름의 속도대로 자박자박 걷다 보면 본인이 닿아야 할 그 시간에 도착합니다.

그러니, 오늘도 걷습니다. 더불어 함께 하는 숲길을.

 

                                        -더불어숲 회원 조이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