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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샘터찬물 457번째 편지] 자본주의를 보는 인식의 시작점 -정연경 2025. 10. 172025-10-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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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찬물 457번째 편지]

 

               자본주의를 보는 인식의 시작점


공부란 갇혀 있는 문맥을 뛰어넘는 탈문맥(脫文脈)입니다.

한 사회가 어떠한 문맥에 갇혀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인간 이해 방식을 주목해야 합니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의 위상이고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正體性)입니다.

                                      (인용: 교재 담론(pdf) 21장 상품과 자본)


상품과 자본은 경제학 개념입니다만 우리의 강의에서는 그것을 인문학 속으로 끌고 와야 합니다.

인문학이라고 한다면 결국 인간의 문제, 인간의 삶의 문제를 중심에 놓는 것입니다.

우리는 후기 근대자본주의 사회의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의 삶이 영위되는 무대이면서,

그 체제 속의 사람들을 재구성하는 공작실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상품과 자본’은 인간과 세계를 아울러 바라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용; 담론(돌베개 출판.346-347쪽)

 

 

                                           자본주의를 대하는 인식의 진화

 

1. 자본주의의 반대말은?
1910년대 조선반도에 자본주의란 단어가 처음 소개되었는데

유교적 교양을 갖은 당시 지식인들에게 ‘자본주의’와 ‘자본’의 개념 구분이 잘 안되었나 봅니다.

자본이 권력인 기업(주식회사)에서 의사결정이 ‘1주(株)1표(票) 주의’라는 게 의아했다 합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는 ‘1인1표주의’고 협동조합이나 계모임, 사회단체 등도 1인1표인데

이놈의 자본주의는 인본주의(人 本 主 義 )와 반대된다고 생각했다 합니다.(역사학자 전우용의 유튜브 에서 참고)


2. ‘자본과 임노동(賃勞動)의 생산관계’보다 더 다가왔던 ‘자본가 지배구조’
러시아혁명, 1차세계대전을 보고 전승국 일본 또한 제국주의의 한통속임을 1919년 3.1운동 탄압과정에서 절감하고,

독립지사들이 모여 상해 임시정부 건립후 대한민국 헌법 원전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하였습니다.
그 중 “제3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는

제1조 민주공화제서 ‘자본가 독재’나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아닌 인민이 지배하는 공화국을 만들려는

우리 건국 선열들의 의지를 보여 줍니다.
그러나 일제 치하에서 반봉건(半封建)과 제국주의를 겪는 당시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현상만 보일 뿐

그 뼈대와 토대가 잘 보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3. 마르크스 이후 자본주의를 보는 시각의 변화
좀바르트와 베버는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경제정치사회 전반을 총괄적으로 지배하는 제도이고

관료제와 상비군(군대와 경찰)이 자본주의를 지켜주는 토대임을 인정합니다.
그람시는 상부구조도 자본가가 ‘헤게모니’를 장악해 노동자의 뇌마저 자본가가 주입한 프레임에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스라파는 임노동도 상품으로 치환하여 자본주의를 “상품에 의한 상품생산”으로 정의합니다.

즉 노동이 없어도 기계와 자본이, 이제는 정보 자체가 스스로 가치를 생산한다고 봅니다.
과연 그럴까요?


4. 바로 현재로 돌아와 우리의 인식은...
마르크스는 “해석하지 말고 실천(praxis)하라.”라고 했는데 인식 또한 ‘실천적 의지’로 진화됩니다.
이 점에서 백낙청 선생의 말을 붙혀볼까 합니다.
“(요새 ‘한강’같은 젊은 문학인들을 보면) 나아가 '지식사회'가 되고 '정보화사회'가 된다고 해서

노동이 근절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됨을 인식한다. 물론 이런 인식이 누구에게나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노동이 근절될 수 없다는 인식은 한편으로 정보화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궂은일이 세계의 다른 지역이나 국내에

외국인 노동자등 눈에 덜 뜨이는 영역으로 옮겨지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요구한다.

다른 한편으로 정보화의 진전이 자본 위주로 진행될 때 정보와 인간노동의 분리 또한 위험 수준을 초과하여 인류의 다수가

부적격품(triage)으로 폐기처분되는 문명궤멸의 날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각도 필요하다.
정보가 진행될수록 노동자와 지식기술자를 겸한 인구가 늘어나게 마련이며 자본의 규모가 커질수록 진정한 노동계급은

항산이 없어 항심도 결한 적빈자 집단이 아니라 가진것이 아주 없지 않으면서 항심을 잃을 정도로 많지도 않은 -

동시에 궁핍화의 위협을 무엇보다 항심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저항하는 - 층으로 구성된다 .

다시 말해 계급운동론자들에 의해 흔히 전략적 연합체로만 인식되는 '민중'이 실은 목하 형성중인 전지구적 노동계급의
실체인 것이며, 이들의 전면적 산업노동자화나 절대 빈곤화가 아니라 오히려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자기 인식
을 수반하는 지식화와 실력양성이 해방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숲 회원 정연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