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샘터찬물 455번째 편지] 사랑의 비약 -서석빈 2025.10.032025-10-03 11:50
작성자

[샘터찬물 455번째 편지]

사랑의 비약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뛰어넘는 비약입니다.

모든 사랑은 비약으로 이어지고

비약은 다시 비상으로 날개를 폅니다.

한사람에 대한 사랑은

그 한 사람에 머물지 않고

그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아름다운 사회와

훌륭한 역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은 비약입니다. 

- 신영복의 서화중에서 -

 

사랑, 주제와 변주

파헬벨의 ‘캐논‘, 모리스라벨의 ’볼레로‘는 단순한 주제 멜로디에서

템포와 리듬과 화성이 변형되면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주제와 변주곡이 되었다.

‘ 반짝반짝 작은 별~.‘ 작은 별 변주곡’은 짧고 명랑한 멜로디에

다채로운 변형과 꾸밈을 더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사랑도 삶의 주제와 변주로 사람이 사는 동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삶을 장식한다.

어린이가 품었던 순수한 사랑이, 삶을 살아가면서 세파에 변형되고 비뚤어지지만, 그 원형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의 변주 1, 강약

이슬처럼 연약하고 작아서 후 불면 흩어져 버리고, 허망한 연기 같아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러다, 가슴에 스며들어 찌꺼기를 분해하고 씻어낸다.

어느새, 우레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폭포수가 되고, 장대한 강물이 되어 세상의 지형을 바꿔버린다.

아, 그 사랑의 위력으로 혼탁한 세상을 맑게 씻어내기를 희망한다.

 

사랑의 변주 2, 색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같다.

첫사랑의 핑크색에서, 강렬한 장미색, 어머니의 우유색, 백발의 흰색 유리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유리 조각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사랑의 아픔과 은밀한 기쁨이 새겨져 있고,

아버지의 엄한 말씀과 누나의 꾸지람과 친구의 모진 충고와 아내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잔소리가 새겨있다.

자식의 등 뒤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도 보인다.

그 유리 조각들이 어둠과 빛을 받아 성당 내부를 비추듯이 삶의 명암을 장식한다.

 

사랑의 변주 3, 템포

찰나에 영혼이 부서지고, 하루살이같이 촛불에 달려들어 자신을 불태우기도 한다.

그러다, 시간을 멈춰 세우고 한없이 소망하며 기다린다.

어깨에 남의 멍에를 이고 평생의 인고를 견딘다.

사랑은 찰나에서 영원으로 이어진다.

전 사랑에 빠졌어요.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 영화 「일 포스티노」 중에서

 

사랑의 변주 4, 화성

사랑은 홀로 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부르는 하모니이다.

상대방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내는 음에 나의 소리를 얹으면서 하모니를 이룬다.

사랑은 은밀한 암호로 전달되며, 귀와 마음을 여는 이만이 그것을 느낀다.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합창으로 세상에 울려 퍼진다.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다.

아마, 사랑도 정보화되어, 로봇이 사람처럼 무한한 사랑의 변주를 생산하고 유통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 변주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사랑은 만들지 못한다.

사랑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생명에 담겨서 엄마 가슴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사랑은 사람의 증표이다.

침대에서 자장가로 불러주던 ‘작은 별’ 멜로디가, 백발이 된 노인의 가슴속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다.

도돌이표가 있는 변주곡처럼, 사는 동안, 사랑은 다른 형태로 계속될 것이다.

사랑하기를 멈추면, 숨을 멈추듯 삶의 노래도 끝이 난다.

 

- 더불어숲 회원 서석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