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 속에서 "무더운 여름에 옆 사람과 살을 맞대고 붙어서 잔다는 것은
고역입니다. 당연히 옆 사람이 미워집니다. 마찬가지로 자기도
옆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습니다. 옆 사람의 죄가 아니고 고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옆 사람을 증오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욱 절망적인 것은 자기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에 증오를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중 략 - "사회의 생활환경도 열악하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에서도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이고 교육, 주거, 주차 등 좁은 공간을 서로 다투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부딪치고 증오하고, 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서민들의 생활입니다. 그러나 교도소처럼
동일한 표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 다른
대상과 충돌합니다. 표적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충돌을 야기하는 구조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_<담론> 중에서 습한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계곡, 시원한 파도소리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쉽게 떠날 수 없는 도심 한
복판에서 더위를 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에어컨을 켜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우리 주변엔 선풍기조차 없는 이들도 있고, 손쉽게 켜고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는 주변을 더욱 덥게 만듭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을 볼 수 없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가 겹쳐집니다. 무엇이든 과잉 소비를 조장하는 문명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밀려오는 무더위에 오늘도 에어컨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정자나무 한 그루가 그립습니다. 내년
봄엔 더불어 손잡고 느티나무 한 그루 꼭 심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