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단의 벽 “베를린의 슈프레 강가에는 강을 따라 2킬로미터에 달하는 분단 시절의
장벽이 남아 있습니다. 그 장벽에는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환희를 새긴 수많은 글과 그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글과 그림들은 지난 세월 독일인들이 치러야 했던 분단의 아픔과 희생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나는 장벽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읽어 보았습니다. “사상은 하늘을 나는 새들의 비행처럼 자유로운 것이다.” 분단이란 땅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을 가르려고 하는 헛된 수고임을 깨닫게 하는 글입니다.” “우리의 통일은 이산(離散)과 증오(憎惡)를 청산하는 것일 뿐 아니라, 막대한
분단 비용을 청산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고 믿는 허상을 깨뜨리는 것이 먼저이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이 이러한 정신적, 물질적 소모(消耗)를 청산하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나아가서는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20세기의 모순을 창조적인 다양성으로 지양(Aufheben)하는 어떤 모범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된다면 더욱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_《더불어 숲》중 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변화를 염원하는 1천700만 촛불의 민심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 그러나 들끓는 민심
속에서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두르고 시대정신을 외면하는가 하면, 어김없이 북풍과 색깔론이 펼쳐졌습니다. 그 이면엔 지난 반세기 우리를 짓눌러온 분단의 벽, 이념의 벽이
공고히 자리잡고 있으며,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장의 적폐들은 새 정부가 하나 둘 풀어가겠지만, 21세기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겠는지요. 지난 몇 개월간 활활 타올랐던
촛불, 이제는 우리 삶 속에서 긴 호흡으로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이념의 벽을 허무는 새물결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