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순 등불로 켜지는 어머님의 사랑 "불탄일(佛誕日)을 맞아 이곳의 불교신도들이 강당에 달 것이라며 등을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등에 글씨와 연꽃을 넣으면서 스산한 강당에 이곳의 수인들이 이 등과 함께 어떠한 축원을 매달 것인가를 상상하다가,
문득 올해도 절을 찾아 등을 다실 어머님을 생각합니다. --중략-- 작은 고통들에 고달파하던 저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옥 속에 넣고 가슴저며
하시던 어머님이 어느덧 아들과 함께 옥살이하는 아들의 친구들을 마음 아파하시고 이제는 우리 시대의 모든 불행한 사람들을 똑같이 마음 아파하시는
더 큰 사랑을 가지신 더 큰 어머님으로 성장하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어머님의 마음이 바로, 이승에 살기에는 너무나 자비로웠던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믿습니다. 올 초파일 힘드신 산길을 오르시어 손수 다시는 등에는 부디 숱한 아들들의 이름이 함께 담겨지길 바랍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82년도에 쓰신 글입니다. 14년여를 무기수로 살아가고 있고 바깥은 더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이었습니다. 그 '처지'에 타인에 대한
큰 사랑을 얘기하셨던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치열한 대선의 막바지입니다. 누구에게 투표를 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이 절박한 선택의 시간에 떠오른 것은
늙으신 어머님께 무수히 많은 아들들에 대한 사랑을 청하는 무기수 아들의 마음입니다. 투표하는 손길마다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