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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7. 05. 04. 샘터찬물 편지 - 272017-05-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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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순 등불로 켜지는 어머님의 사랑

 

"불탄일(佛誕日)을 맞아 이곳의 불교신도들이 강당에 달 것이라며 등을 만들어왔습니다. 저는 등에 글씨와 연꽃을 넣으면서 스산한 강당에 이곳의 수인들이 이 등과 함께 어떠한 축원을 매달 것인가를 상상하다가, 문득 올해도 절을 찾아 등을 다실 어머님을 생각합니다.

 

--중략--

 

작은 고통들에 고달파하던 저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옥 속에 넣고 가슴저며 하시던 어머님이 어느덧 아들과 함께 옥살이하는 아들의 친구들을 마음 아파하시고 이제는 우리 시대의 모든 불행한 사람들을 똑같이 마음 아파하시는 더 큰 사랑을 가지신 더 큰 어머님으로 성장하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어머님의 마음이 바로, 이승에 살기에는 너무나 자비로웠던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믿습니다.

 

올 초파일 힘드신 산길을 오르시어 손수 다시는 등에는 부디 숱한 아들들의 이름이 함께 담겨지길 바랍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82년도에 쓰신 글입니다.

14년여를 무기수로 살아가고 있고 바깥은 더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이었습니다.

'처지'에 타인에 대한 큰 사랑을 얘기하셨던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치열한 대선의 막바지입니다. 누구에게 투표를 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이 절박한 선택의 시간에 떠오른 것은 늙으신 어머님께 무수히 많은 아들들에 대한 사랑을 청하는 무기수 아들의 마음입니다.

 

 

투표하는 손길마다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