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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7. 04. 27. 샘터찬물 편지 - 262017-04-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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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4. 27. 샘터찬물 편지 - 26

 

꽃잎 흩날리며 돌아올 날 기다립니다.

 

'사나이 가는 길 앞에 웃음만이 있을쏘냐

결심하고 가는 길 가로막는 폭풍이 그 어이 없으랴.

푸른 희망을 가슴에 움켜 안고 떠나온 정든 고향아

내 다시 돌아갈 때 열 굽이 도는 길마다

꽃잎을 날려보리라'

 

비오는 날이나 명절이 가까워 오면 철창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자주 이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는 노래였습니다.

나는 오늘 그가 다녔던 전남 화순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를 찾아왔습니다. "

 

_신영복《나무야나무야》 72

 

낯설고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가고 새봄이 오는가 하더니 그만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다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가끔 술자리에서 부르고 듣던  '사나이 결심' 입니다.

 

요즈음 대선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정치가를 직접 만날 일이 거의 없기에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후보를 선택할 안목을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평전과 전기, 자서전과 소설을 읽으며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선택과 그 결말을 생각해봅니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 이름은 남겼을지라도 그들의 삶은 비바람과 폭풍 휘몰아치는 고난의 현장이었습니다세찬 겨울바다를 푸른 희망 하나 등대 삼아 헤쳐간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절절합니다.

 

'부디 오래 사셔서 여러가지 일들의 끝을 보실 수 있길 바랄 따름입니다.' 1980 10월에 우이선생님께서 어머님께 보낸 편지입니다. 징역 속에서 어머님을 뵙고 미안해 하다가도 이렇게 살아서 만날 수 있음을 다행이라 여기며 어머니를 마음속으로 위로합니다.

 

이제는 어렵게 찾아온 이 찬란한 봄에 부디 오래 살아 꽃잎 휘날려 주고 싶을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한 시절의 끝과 또 다른 한 시절의 아름다운 시작을 위하여 지혜롭게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