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03. 30. 샘터찬물 편지 - 22 한 송이 팬지꽃 "물컵보다 조금 작은 비닐화분에 떠온 팬지꽃 한 포기를 얻어 작업장 창턱에 올려놓았습니다. 행복동의 영희가 최후의 시장에서 사온 줄 끊어진 기타를 치면서 머리에 꽂았던 팬지꽃. 화단의 맨 앞줄에나 앉는 키 작고 별로 화려하지도 않은 꽃이지만, 열두 시의 나비 날개가 조용히 열려 수평이 되듯이, 팬지꽃이 그 작은 꽃봉지를 열어 벌써 여남은 개째의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한 줌도 채 못되는 흙 속의 어디에 그처럼 빛나는 꽃의 양식이 들어 있는지……. 흙 한 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내가 과연 꽃 한 송이라도 피울 수 있는지, 5월의 창가에서 나는 팬지꽃이 부끄럽습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꽃피는 봄 입니다. 홀로 피고지며 산야를 아름답게 하는 이름모를 들꽃들이 부럽고, 이들을 겨우내 품어 세상에 희망으로 내어주는 묵묵한 대지에는 경의를 느낍니다. 우리도 가슴에 키워오던 사랑 하나 촛불로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었다는 위안은 가져도 되는 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생기 가득한 봄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