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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7. 02. 09. 샘터찬물 편지 - 152017-02-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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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2. 09 샘터찬물 편지 - 15

 

지혜, 시대와의 불화

 

"불가에서는 애초부터 세계를 분석하지 않는다.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깨달음이 지혜의 본질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양이 지식의 높이가 된다. 

많이 쌓을수록 지혜가 커진다. 

근대의 시작은 남의 지(知)를 내게 쌓을 수 있다는 신념의 출현과 함께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의 누적이 결국 혼란이 되고 홍수가 된다면, 

그것을 지혜의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것이 타자화하고 대상화하고 분석하는 일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럴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쌓고 소유하는 것으로 공부를 끝낸다. 

공부란 깨달음이며 자기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변방을 찾아서》 중에서

 

제 주변에는 '밥을 먹기 위하여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을 하기 위하여 밥을 먹는 사람' 

그리고 '일터나 일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일에 대한 동기는 다르지만 

모두들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성의 고양을 화두로 삼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과만능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경쟁을 위한 공부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부는 학사습행(學思習行)의 과정 없이 남의 지(知)를 자신에게 

주입(input)하고, 암기하며(memory), 필요한 시점에 쏟아내는(output) 것을 목적으로 하지요. 

따라서, 지(知)를 많이 쌓을수록 

사람이 불완전한 컴퓨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섬찟해집니다. 

공부가 깨달음과 자기변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박제된 지식과 숫자로 저장되어 

삶과 유리되는 것은 물질의 낭비보다 심각한 사람의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가능성은 

과거를 뛰어넘고 사회의 벽을 뛰어넘어 

드디어 자기를 뛰어넘는 비약에 있습니다."《나무야 나무야》중에서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 

비인간적인 사회와 불화하며 

깨달음과 자기변화로 이어지는 진실한 공부가 우리의 삶 속에서 피어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