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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7. 02. 02. 샘터찬물 편지 - 142017-02-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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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2. 02. 샘터찬물 편지 - 14

 

청년시절

 

"한 사람의 일생에서 청년시절이 없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아무리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꿈과 이상을 불태웠던 청년시절이 없다면 

그 삶은 실패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는 청년시절이 없습니다. 

가슴에 담을 푸른 하늘이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IMF와 금융위기 때 실직하였고, 

수험 준비와 스펙 쌓기 알바와 

비정규직이라는 혹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진리와 희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부정한 정치권력과 천박한 상업문화를 배워야 하고, 

우정과 사랑을 키우기보다는 

친구를 괴롭히거나 친구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며 좌절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뿌리가 사람이고, 사람의 뿌리가 청년시절에 자라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의 비극입니다.

그 사회가 아무리 높은 빌딩을 세우더라도 

꿈과 이상이 좌절되고 청년들이 아픈 사회는 실패입니다."

 - 《처음처럼》278면.

 

엊그제 설날 아침에는 처갓집에 오랜만에  자식 6남매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그러나 처형네 대학 3학년인 큰딸 혜원이는 지난 추석때와 마찬가지로 올 설에도 외갓집에 오지 못했습니다.

 

국립대 세무학과에 다니는 혜원이는 

오는 4월에 있는 세무사 자격시험에 기필코 합격하기 위해 

설 연휴도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다는 처형의 설명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여행도, 연애도, 그 뜨거웠던  촛불집회도 모른 채 

책상에서 공부만 하고 있는 조카인데 

명절에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한다는 아내의 볼멘소리가 들려옵니다.

 

혜원이는 세무사시험을 끝내더라도 다시 취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청년시절을 더 바쳐야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청년시절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묻게 되는 조금 씁씁한 설날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