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1. 26. 샘터찬물 편지 - 13 세상의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새봄의 가장 확실한 증거를 잡초에서 확인합니다. 잡초는 물론 이름 없는 풀입니다. 이름은 사람들이 붙이는 것이고,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사람들의 지배하에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눈에 뜨이지 않는 곳의 이름 없는 풀은 자신의 논리, 자신의 존재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쟁취한 승리 그 자체입니다. 정치란 사람을 자라게 하고 사람을 만나게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만들어 내는 일의 기쁨을 서로 신뢰하게 하는 일입니다. 사람을 그 가슴으로 만나게 하고 사회를 그 뼈대에서 지탱하고 있는 이러한 역량들을 일으켜 세우고 사회화 하는 일이 정치의 본연입니다. 그러한 판을 열고 그러한 틀을 짜는 일입니다. 잘못된 판, 잘못된 틀을 새롭게 바꾸는 일입니다. 세상의 봄도 산천의 봄과 다를 리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박힌 경멸과 불신이 사라질 때 옵니다. 집단과 집단, 지역과 지역 사이에 갇혀 있는 역량들의 해방과 함께 세상의 봄은 옵니다. 산천의 봄과 마찬가지로 무성한 들풀의 아우성 속에서 옵니다. 모든 것을 넉넉히 포용하면서 기어코 옵니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중에서 새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아직 한파 속 거리에서 밤을 지키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의 충무공 이순신은 그 무거운 구리 갑옷을 입고 큰 칼 짚고 서서 경복궁과 청와대를 지키는 일을 이제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집에 돌아가지 못한 들꽃들과 함께 하며, 먼 들녘의 풀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선 “법이 도덕성을 신뢰받지 못할 때 그것은 다만 억압의 도구로 간주될 뿐이다. 이른바 ‘불법적’인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합법적인 절차를 아무리 호소하더라도 합법적인 절차 그 자체마저 억압의 한 방법이라고 여길 뿐이다.” 하셨습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사법정의가 바로 세워질 영장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판을 짜는 시작에 불과하며, 이 일은 새 판에 좋은 질료로 보태어질 것입니다. 고향은 점점 소멸되어가는데 명절은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언땅이 녹아 출수할 때 씨앗을 품은 땅을 꼭꼭 다져주듯 곳곳에서 작은 만남으로 도심 속, 고향 같은 숲을 일궈가야겠습니다. 봄은 기어코 온다는 말씀을 되새기는 벗들이 추운 들길도 의연히 걸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