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86번째 편지]
학교 놀이터에서
"오늘은 5학년하고 1학년이 노는 날인데, 6학년이 왜 들어왔어?"
"지난번에 우리 노는 날에 5학년도 와서 놀았다고요."
"그럼 5학년들이 잘못한 거네.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주면 어떨까?"
"저기 여자애들도 나가야 해요. 왜 우리한테만 뭐라 그러세요? 공정하게 해야죠."
"알았어. 쟤들한테도 나가달라고 얘기할 거야."
얼마 전 새로 생긴 학교 놀이터가 인기가 많아서 요일별로 사용 학년을 나누어서 운영하던 중에 있었던
6학년 남학생들과 대화한 내용입니다. 모두가 매일 같이 놀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한정된 공간에 많은 학생들이 몰려서 위험할 수도 있어 규칙을 정해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학교의 중요한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그런 태도를 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욕망이 집중된 곳일수록 이런 갈등은
자주 일어납니다.
아이들은 흔히 공정에 대해 민감합니다. 문제는 공정 뒤에 있는 자신의 이익을 감추는 일입니다.
"다른 애들도 그랬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래요?"
"여자애들한테는 뭐라 안 하고 남자한테만 그러잖아요."
공정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부분,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잘못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여서 마음이 아픕니다.
"이처럼 무사(無私)하기 때문에 공평(公平)할 수 있고
공평하기 때문에 이치가 밝아질(天理明)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집단이기주의와 이해관계 집단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그 주장과 논리가 사사로운 것이기 때문이지요."
- 신영복 고전 강독 《강의》 논어 편 중에서
6학년 남자아이들 모습에서 20대 남성들이 겹쳐 보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공정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어려움을 살피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어른으로 자랄까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놀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좀 더 부드럽게 이야기 나눴다면 어땠을까?
규칙을 세우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규칙을 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학교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곳이어야 하고, 학생은 민주적인 절차를 경험하면서
나의 권리와 상대의 권리가 부딪힐 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배우며 성장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이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함께 해 나가길 바랍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가르침처럼 보다 무사(無私)한 구성원들이 공평(公平)을 이야기하면서
사회가 좀 더 밝아지길 희망합니다.
- 더불어숲 회원 無愁 김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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