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85번째 편지]
타인의 행복은 자신의 행복의 조건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무지와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오랜 역사를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과 방향에 있어서 우리는 실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자유는 언제나 더 큰 구속과 불평등을 동반함으로써 자유의 의미를 회의하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소비하고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소유해야 이러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예술과 문화소비마저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욕구 그 자체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자본운동 속에서 우리의 자유는 언제나 더 큰 욕구 앞에서
목마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발전의 원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유와 행복의 원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이라고 믿습니다. 나는 그런 점에서 평등이 자유의 최고치라는 당신의 말을 믿습니다.
생각하면 이것은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평범한 양식(良識)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등은 자유의 실체이며 내용입니다. 자유는 양적 접근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신기루일 뿐입니다.
<나무야 나무야> 중에서
지울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이자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각성시킨 5․18 광주민주항쟁(이하 5․18)이
올해로 46주년입니다. 새삼 어느새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생각하던 5․18의 의미를 돌아보면서 선생님께서는 5․18에 대해 어떤 말씀을 남기셨는지
가진 책들을 뒤적여 보기도 하고 보도기사들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여기에 언급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5․18 기간 수감 중이셨기 때문에 5․18이 가진 역사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는
언급하시되 구체적인 내용의 언급은 삼가시지 않았나 추측할 따름입니다.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시작으로, 계엄군이 일반 시민들까지 가혹하게 탄압하자,
당시 광주 시민들은 무차별적인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맞섰습니다. 그것은 피로 얼룩진 학생들과 죄 없이
폭행당하는 시민들의 고통을 자신의 불행의 조건으로 받아들인 시민들의 평범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연대입니다.
저는 우리 민주공화국의 정신이 정치적인 민주화나 방임적 자유주의를 넘어, 이제 1980년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자유의 최고치인 평등을 지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K-민주주의를 말하는 우리의 현실은 열악한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방치된 아동 등 우리의 불편과 고통을
전가시켜 불행한 결말을 맞는 사회적 약자들의 소식을 쉽게 접하는 것입니다.
최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또다시 정치적 이해관계로 좌절되었습니다.
반세기를 넘기기 전에 헌법 전문 수록을 통해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보편적 가치로서
5․18 정신을 새기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자 K-민주주의 시대를 누리는 우리들의 의무일 것입니다.
- 더불어숲 회원 노병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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