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79번째 편지]
선(善)의 본질
계수님한테서 느껴지는 이 ‘철학에 의하여 지탱된 소박함’은 비록 지극히 짧은 상면에서 확인된 것이기는 하나
그 바닥에 그만한 온축(蘊蓄)이 없고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그런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계수님의 써 보내지 않은 하소연이 조금도 염려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다만 내가 읽은 어느 시나리오의 대사 한 구절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려 합니다.
이 구절은 한 여인이 그 사람을 자기의 반려자로 결심하게 된 이유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Because I really conceived that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
그 여인은 “그이와 함께라면 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와 일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우상(偶像)을 깨뜨리고
인간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뛰어난 통찰이며 양심이라 느껴집니다.
이 구절은 물론 그이를 통하여 자기가 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자신의 성장 의지를 뜻하는 것입니다만 관점을 바꾸어본다면 반대로
그이가 자기로 인하여 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더 넓은 함의(含意)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선(善)의 본질은 공동선(共同善)이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계수님의 하소연’ 중에서 -
“Because I really conceived that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
“그이와 함께라면 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인생을 동행(同行)할 나의 반려자로 인해 내가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
또 나로 인해 그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삶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될 것입니다.
결혼뿐만 아니라 직업 선택에서도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 자신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인도한다면 인생에 있어 크나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붓글씨를 업으로 삼아 살며 크고 작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금까지 왔지만,
붓글씨가 나를 좀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없었다면
아마 여기까지 걸어오지 못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굳은 믿음으로 묵묵히 나아가 나의 가정생활 그리고 서예술(書藝術)이
좀 더 진선미(眞善美)에 가까워지기를 추운 겨울을 겪고
새로이 피고 돋아나는 꽃들과 신록을 바라보며 약속해 봅니다.
- 더불어숲 회원 서기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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