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70번째 편지]
‘우등’의 본질
창의성 있고 개성 있는 어린이, 굵은 뼈대를 가진 어린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도리어 불량 학생이란 흉한 이름을 붙여 일찌감치 엘리트 코스에서 밀어내 버리고,
선생님 말 잘 듣고 고분고분 잘 암기하는 수신형(受信型)의 편편약골을 기르고 기리어
사회의 동량(棟樑)의 자리를 맡긴다면 평화로운 시기는 또 그렇다 치더라도
역사의 격동기에 조국을 지켜나가기에는 아무래도 미덥지 못하다 생각됩니다.
저는 훨씬 나중에야 그 ‘우등’의 본질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열등생으로 대전락(大轉落)(?)을 경험하게 되지만,
어린 시절 우등생이라는 명예(?)가 어쩐지 다른 친구들로부터 나를 소외시키는 것 같아
일부러 심한 장난을 저질러 선생님의 꾸중을 자초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난들은 우등생과 열등생 사이를 넘나들던 정신적 갈등의 표현이었음을 지금에야 깨닫게 됩니다.
저는 우용이와 주용이가 시험성적이 뛰어난 우등생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자기의 주견(主見)과 창의에 가득 찬 강건한 품성을 키워가기를 바랍니다.
그날 학교 잠시 삼촌을 보여줄 때 ‘우용이, 주용이는 아직 어리고 삼촌은 또 바빠서’
다만 ‘다음’을 약속하고 바람같이 떠나고 말았습니다만 우용이의 침착하고,
주용이의 발랄한 인상에서 결코 약골이 아님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년을 보살피는 일은 천체망원경의 렌즈를 닦는 일처럼 별과 우주와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학동들과 더불어 웃고 싸우며 공부한 것이 어느덧 25년이 되어갑니다.
수업 초기에는 학동들의 마음을 읽고 그 성향을 파악하기가 힘들어 제가 선택한 이 길이 후회와 고민이 들 때도 참 많았습니다.
이제는 제법 그들과 유머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동들을 만나는 매 순간이 기다려지며 그들과 함께 지혜를 기르고 나누며 성장한다는 것이 제게는 큰 기쁨으로 와닿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을 만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관찰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항상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과 소소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만약 신영복 선생님이라면 이 사안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며 어떻게 대응하셨을까?”하고
곰곰이 고민해 본 뒤 신중하게 행동하려 노력합니다.
“소년을 보살피는 일은 천체 망원경의 렌즈를 닦는 일처럼 별과 우주와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이 구절은 아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태도가 되는 소중한 금언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학동들을 가르치는 일이 작더라도, 지구라는 별 한 모퉁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어린나무들에게
한 움큼씩 밑거름을 주는 소중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仁(인)은 어질다, 사랑한다, 씨앗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하나의 작은 씨앗을 흙이 따뜻하게 품어주고 바람과 햇살, 비...,
온 자연이 사랑을 나눠줘야 한 생명으로 움틉니다.
앞으로도 이 사랑스러운 씨앗(학동)들에게 애정어린 따뜻한 관심을 듬뿍 주며
함께 공부하고 성장해 나가기를 저 자신과 약속해 봅니다.
- 더불어숲 회원 서기용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