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66번째 편지]
한울삶
신영복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이 곧 우리들의 심신의 일부분을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누어 묻는 과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심한 한마디 말에서부터 피땀 어린 인생의 한 토막에 이르기까지 혹은 친구들의 마음속에,
혹은 한 뙈기의 논밭 속에, 혹은 타락한 도시의 골목에, 혹은 역사의 너른 광장에....
저마다 묻으며 살아가는 것이라 느껴집니다.
묻는다는 것이 파종임을 확신치 못하고,
나눈다는 것이 팽창임을 깨닫지 못하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나의 소시민적 잔재가 치통보다 더 통렬한 아픔이 되어 나를 찌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죄수의 이빨’ 중에서
제가 거처하는 방에 우이(牛耳) 선생님의 글씨 한 폭이 걸려 있습니다.
‘한울삶’ 이란 것인데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삶 자에서 가장 작은 점 하나 떼어 보자고 그랬더니 싦이 돼요.
싦이란 사전에도 없는 아무것도 아니래요. 확실히 삶은 삶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작은 점 하나 찍으니 ‘삶’ 자가 되어요. 삶에서 점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요?
점 하나는 누구나 뗄 수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큰 힘 들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점 하나가 삶이 되고 뒤범벅이 되는 큰일을 하는 건,
마치 작은 씨가 큰 나무로 자라나는 이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뒤범벅이 삶이 되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아주 작고 작은 일에 서로 부담감 주지 않고,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올봄의 소원으로 삼고 싶습니다.
전우익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