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45번째 편지]
신발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밤길의 기억
“만들어내고 나누는 과정의 무엇이 사람들을 소외시키는가? 무엇이 ‘모두 살이’를 '각(各) 살이'로 조각내는가? 조각조각으로 쪼개져서도 그 조각난 개개인으로 하여금 '흩어져'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 사람, 수많은 철학이 이것을 언급해 왔음이 사실이다. 누가 그러한 질문을 나한테 던진다면 나는 아마 '사유'(私有)라는 답변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벽, 인간관계가 대안(對岸)의 구경꾼들간의 관계로 싸늘히 식어버린 계절……. 담장과 울타리. 공장의 사유, 지구의 사유, 불행의 사유, 출세의 사유, 숟갈의 사유……. 개미나 꿀벌의 ‘모두 살이’에는 없는 것이다. 신발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밤길의 기억을 나는 갖고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독방에 앉아서 중>
(사) 더불어숲에서 7월 3일부터 시작된 ‘<더불어 낭독> 교실’에 참여하며, 송정희·성경숙 선생님을 포함한 20명의 공부 벗과 함께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온라인 수업이지만, 함께하는 기쁨을 충분히 느끼고 있으며 여러 벗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난 시간에 함께 낭독한 『사색』 중 ‘독방에 앉아서’라는 구절을 읽으며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학교를 찾아오는 졸업생들의 대학 생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때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특히 함께하지 못한 채 조각조각 흩어져 ‘각(各) 살이’들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개인과 개인의 아득한 거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는 벽, 인간관계가 구경꾼 간의 관계로 싸늘히 식어버린 계절” 속에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신발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밤길의 기억을 나는 갖고 있다”라는 문장을 다시 만납니다. 이 구절을 통해 아이들이 '사유'(私有)를 넘어선 ‘모두 살이’를 경험하고,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지금 제가 ‘<더불어 낭독> 교실’에서 느끼는 이 따뜻함과 여운을, 아이들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드는 것에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숲 이사 배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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