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91번째 편지]
『주역』은 난해합니다. 나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 읽었을 리가 없습니다.
한 권으로 오래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동양고전을 제대로 읽어 보자는 각오도 없지 않았습니다.
내가 『주역』에서 찾은 것이 『주역』 독법의 관계론입니다.
『주역』의 독법이란 괘를 읽고 해석하는 방법입니다.
그 독법이 관계론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독법이 사실은 『주역』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괘를 읽는 독법 자체가 보여주는 사유의 틀이 중요합니다.
- 『담론』 62쪽
수승화강(水昇火降)으로 가는 길
주역에서 화수미제(火水未濟) 괘는 감하리상(坎下離上)으로 물이 아래에 있고
불이 위에 있는 형국을 말합니다. 이 괘가 나왔을 때는 흉한 괘로 일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운동성이 없는 죽은 괘라는 것이지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말하며,
몸이 병든 상태를 뜻합니다. 위로는 열(熱)이 치성(熾盛)하고, 아래로는 한(寒)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우리 몸을 세 부분으로 나눈다면, 가슴 위로는 심장과 폐가 활동하는 공간으로 상초(上焦)라 하고,
비위가 활동하는 가슴과 배꼽 사이를 중초(中焦)라 하고, 신장과 방광이 활동하는
배꼽 아래를 하초(下焦)라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상열하한(上熱下寒)은 상초에는 열(熱)이 많고,
하초는 냉(冷)하다는 것입니다. 하초가 차가우면 수(水)의 기운이 상초로 올라갈 수가 없고,
거기에다가 상초의 열을 하초에 내려오게 할 수도 없습니다.
이른바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수승화강이 원활(圓滑)하게 이뤄져야 오장육부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수 기운이 올라가서 머리를 차게 만들고, 위에 있는 화 기운이 내려와서
발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이른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고 하지요.
이를 주역의 괘상(卦象)으로 나타내면 수화기제(水火旣濟) 괘입니다.
이 괘의 상은 리화감상(離下坎上)으로 물이 위에 있고 불이 아래에 있는 형국입니다.
길한 괘로 살아있는 상(象)이며, 운동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배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계절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체질에 상관없이 더운 것을 먼저 먹고
차가운 것을 나중에 먹으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름날 날씨가 덥다고 찬 것을 먼저 먹으면, 특히 장이 차가운 사람들은
죽음의 길로 조금씩 다가간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옛날 화롯불이 있던 시절, 겨울에 차가운 막걸리를 주전자(酒煎子)에 데워서 먹던
어른들의 지혜를 떠올려 봅니다. 건강한 몸으로 가는 길은 내 몸에서
수승화강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것임을 마음속에 새겨야 합니다.
- 이도환(더불어숲 영남작은숲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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