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세미나] 2월 25일 <신영복 다르게 읽기> 1차 세미나 후기(3)_ 김선재님2017-03-0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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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재 

 

제가 신영복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어릴적 뛰어놀기 좋아서 이사 왔던 동네(알고 보니 신영복 선생님 자택이 저희집 근처더라구요)'교육 특구'로 변했고, 제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자연스레 경쟁의 소용돌이에 갇히게 되었고, 그렇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제가 진학한 고등학교는 인간적이면서도 살벌한 곳이었습니다. 여러 재미있는 활동으로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지만, 다른 학교보다 치열한 내신 경쟁 등으로 항상 스트레스를 크게 받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곳이었습니다.

경쟁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수능을 보았습니다.

대학에 합격하긴 했지만 제가 가고 싶었던 교육 관련 학과가 아니었기에 자퇴를 하고 재수 학원에서 수능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수능 공부를 시작하기 전, 친구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습니다. 그 때는 '아 이런 분이 있고, 이런 생각을 하셨구나정도로 넘겼습니다.

어느날, 재수 학원에 있던 저에게 친구들로부터 문자가 여럿 왔습니다.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당연히 아이들이 구조되고 사건이 수습될 것이라 생각했고,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처폰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다 알 수도 없었구요. 그저 합당한 대처가 있을 것이라 믿고 별 생각 없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고,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저보다 한 살 어린 수백 명의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왔고, 저는 수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점수를 받지 못했고, 기존의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저에게는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느정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고, 신 교수님의 책이 그 중 대부분이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반문해보았습니다. "너는 그동안 더불어 살고 있었니?"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아니".

그럼 이제부터라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보자.

 

어릴적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인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세월호 문제는 물론, 노동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노력했고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자 정당이란 곳에도 가입을 했습니다. 올 겨울에는 계속 국회, 광화문, 삼성전자 본사 앞에 나갔습니다.

첫번째 발제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청년들에게는 '헬조선'이 대한민국의 현실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경쟁 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경쟁 속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불어 연대의 정신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절망의 늪에서 나와, 괴물의 모습이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경쟁의 과정에서 만나는 친구들, 동료들도 경쟁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미나를 통해 좋은 분들을 뵙게 되었고, 제가 가졌던 기존의 생각들을 다시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청년 정치에 관해서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네요.

지난 20161월 교수님의 장례식에 다녀온 후 1년만에 다시 성공회대에 갔네요. 이렇게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세미나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자리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글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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