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월 11일 정월대보름으로 제15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광화문 문화텐트촌에서 신영복선생님의 좋은 글귀를 붓글로 써서 나눠주는 행사는 16번째이다. 광화문 문화텐트촌에는 각각의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단체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알리면서 서명과 후원금을 받으며 홍보물을 나눠준다. 세월호 분향소와 관련단체들, 정원스님 분향소, 유성기업 노조 탄압, 군대에서의 의문사,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석방, 해방 이후 국가에 의해 살해당한 유족단체들 … 이밖에도 커피나 음료를 나눠주는 팀도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붓글 팀이 가장 인기가 있다. 오늘은 대전에서 김성장선생님의 소개로 캘리그래피를 전문적으로 쓰는 2분이 합류했다. 어른들은 붓글을 원했으나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붓글보다는 캘리그래피 엽서를 더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 텐트는 많은 사람들의 주문속에서 정신없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 여성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혹시 이렇게 써 주실 수 있나요?” 문구를 보니 ‘KTX 승무원 직접고용’ 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 팀이 신영복선생님의 글귀만 쓰는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KTX 승무원임을 직감하고 방서에 지부명까지 넣어주려고 지부명과 투쟁경과일 등을 질문했는데 오늘이 KTX 승무원들이 직접고용 투쟁을 시작한지 4001일째라는 것이다. 우리 팀은 한분에게 한 장씩 써서 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나는 이러한 원칙을 깨고 두 분의 선생님에게 모두 한 장씩 써 주실 것을 요청했다. 두 분이 한 장씩 쓰고 난후 이것들은 지부 사무실에 걸어두려는 것이니 개인소장용으로 한 장을 더 써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심전심으로 보리샘이 붓글 한 장을 더 드리겠다며 기다리라고 한다. ‘함께여는새날’을 한 장 더 써서 드렸다.
나는 붓글을 건네주며 “올해 대통령과 정치를 바꾸면 KTX 승무원 직접고용이 이루어질 것이며 특히 정월대보름날 혁명광장에서 받은 글귀가 큰 힘을 드릴 것이다” 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마지막 사진은 그녀에게 드린 것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함께 하겠다며 받아 가신 분의 것이다. 작은 방서만 제외하면 같은 것이다. 지금 신영복선생님의 유고집인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를 읽고 있다가 P.40~41에서 에스키모의 개가 끄는 썰매이야기를 읽으면서 광장에서의 그녀를 떠올렸다. 먼저 에스키모의 개가 끄는 썰매이야기를 소개하면 많을 땐 열다섯 마리가 썰매를 끌고, 적은 건 일곱 마리, 여덟 마리가 끄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썰매를 달리게 하는 방법이다. 열다섯 마리의 개중에서 가장 병약한 개를 끈을 짧게 매는 거예요. 썰매에 가깝게. 그리고 썰매를 타는 사람은 썰매 위에서 그 개만 채찍으로 때리는 것이지요. 다른 개들은 그 개가 지르는 비명 소리 때문에 빨리 달리는 거예요. 짧게 매인 병약힌 이 개의 역할은 비명 지르는 일이지요. 얻어맞고 비명 지르는 역할만 해요. 그러다가 죽으면 나머지 중에서 제일 약한 놈이 또 짧은 끈에 매어 가까운 거리로 와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짧은 줄에 묶인 사람들은 누구일까?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생활고에 시달려서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범죄자 …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진창을 무릎걸음으로 살아온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순 구조 속에서 지배층 또는 가진 자들의 탐욕을 채워주기 위해서 그들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들이 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외면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비명만 지르다 죽어가듯 소용이 다하면 버려지고 또 다른 대체자로 대체되어지는 소모품처럼 우리 모두는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썰매를 끄는 개가 아니라 탑승자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본다. KTX 승무원 들의 이야기를 검색해서 읽어보니 4001일 참으로 기나긴 세월을 투쟁속에서 살아온 그녀들이다. 350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34명만 남아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법적 투쟁에서 패배하여 1인당 1억 정도를 철도에 갚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었다. KTX에서 처음으로 외주화 반대투쟁을 시작해서 오늘까지 온 것인데 11년전 비정규직으로 외주화 되는 것을 반대하는 싸움을 최전선에서 싸워던 것인데. 11년전 그녀들의 싸움이 패배하였기에 오늘날 수많은 분야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외주화되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1년전 그녀들의 투쟁이 모든 노동자의 투쟁임을 인식하고 함께 싸워왔더라면 오늘날 이 정도까지 비정규직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남의 일처럼 방관만 한 결과는 이제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의 현실로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제16차 붓글쓰기를 마치고 후원금을 정산해보니 410,800원이다. 캘리그래피 엽서를 받아간 학생들이 후원한 1000원권이 많이 나왔다. 초기 몇 차례는 후원을 받지 않았지만 너무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후원금을 받아서 문화텐트촌에서 봉사하는 비정규직 봉사자들의 식비로 전액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전달한 총액은 410만원 정도이며 후원금으로 걷힌 금액은 전액 문화텐트촌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