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기
제목[샘터찬물 450번째 편지] 무불치 無不治 - 주성춘 (2025.08.29)2025-08-29 11:37
작성자

[샘터찬물 450번째 편지]

 

       무불치 無不治

 

무불치는 혼란과 난세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란 뜻으로도 읽습니다.

무위로써 실천해야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기도 합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와

같은 뜻입니다.

 

             - 신영복 『담론』중에서

 

 

지난 6월, 오랜 지기들과 북녘이 바로 보이는 비 맞는 연미정에 올랐다.

신영복 선생님이 국토여행의 마지막 엽서를 들고 오른 연미정(燕尾亭)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한 줄기는 서해로 한 줄기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 데

그 모양이 마치 제비 꼬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 조선시대 연미정은 삼남 지방에서 올라온 조운선이 예성강(개성)과 한강(서울)으로

올라가기 위해 밀물 때를 기다리던 곳이었다.

삼남 지방에서 출발한 조운선은 '배들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진도의 울돌목과 태안반도의 안흥량,

강화해협의 손돌목의 물길을 잘 아는 노련한 뱃사공에 의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비극의 현대사 이후 연미정 아래는 철망과 총을 든 군인이

북녘을 매섭게 지켜보는 곳이자, 누구도 도착해서는 안 되는 곳이 되었다.

몇 주전 들려온 소식은 그날 강너머에서 바람을 타고 들려오던 괴이한 소음이 멈췄다고 한다.

이 하나의 소식이 연미정 철망 아래 평화가 밀물을 타고 한강과 예성강으로 올라갈 시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는 징조일 수는 없다.

언제 손돌목을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

험준한 국제관계와 역사적 고난으로 인해 여전히 치열한 강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겸손과 평화”가 강물의 본성임을 일깨워 주시던 선생님의 엽서를 다시 꺼내 본다.

無不治,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입니다.”

 

                              - 더불어숲 회원 주성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