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472번째 편지]
천수고 불감불국(天雖高 不敢不局), 하늘이 비록 높아도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으며,
막견어은 막현어미(莫見於隱 莫顯於微), 아무리 육중한 벽으로 위요(圍繞)된 자리라 하더라도
더 높은 시점에 오르고 더 긴 세월이 흐르면 그도 일식(日食)처럼 만인이 보고 있는 자리인 것을…….
저에게 주어진 이 작은 일우(一隅)가 비록 사면이 벽에 의하여 밀폐됨으로써 얻어진 공간이지만,
저는 부단한 성찰과 자기부정의 노력으로 이 닫힌 공간을 무한히 열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감으로써
벽을 침묵의 교사로 삼으려 합니다. 필신기독(必愼其獨), 혼자일수록 더 어려운 생각이 듭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77.10.15.) 중에서
신독(愼獨)을 위함
우주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운행(運行)하고 있다.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은 우주의 질서로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의 세계관이다.
이른바 해와 달과 별들의 영향 아래 계절이 순환하고 그 속에서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중국에서 출토된 곽점초묘와 마왕퇴백서 『오행(五行)』은 ‘인(仁)·의(義)·예(禮)·지(智)·성(聖)’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음양과 오행을 다시 보게 한다. 이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여 행동하게 하는 사고 체계였다.
여기서 인·의·예·지 네 가지 덕목은 우리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실천해야 할 것이고, 성(聖)은 이런 덕들을 몸에 붙여 하나가 된 것을 뜻한다.
곧 덕의 완성을 의미한다. 『오행(五行)』에 “군자는 그 독(獨)을 신중히 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것은 『중용』에서 가장 강조하는 ‘신독(愼獨)’ 사상과 관련이 있다.
“삼감은 신중함이고 자기 절제며, 자기 주체의 심화 과정이다”
그리고 “홀로 있음(獨)”은 “인간의 피치 못할 운명이 아니라 군자의 자각적 선택이”며,
“참다운 실존을 발견”하고 “변화와 항상 같이 하”는 것으로, “그 항상성의 핵심이 중용이며,
중용을 생리학적 용어로 바꾸자면 그것은 호미오스타시스(homeostasis)”라고 도올은 말한다.
은미(隱微)함은 곧 홀로 있음(獨)이다. “혼자일수록 더 어려운 생각이 듭니다.”라면서도,
‘덕(德)의 완성’을 위한 선생님의 삶의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사색』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도환(더불어숲 영남작은숲지기) 드림
|